[이희태의 '반려미생물' 톡톡] 반려미생물 떠나게 만드는 안 좋은 습관들

2025-10-24     이희태
이희태의 '반려미생물' 톡톡 칼럼 이미지(더바이오 자료).

생물다양성의 감소나 멸종 위기에 대한 기사를 종종 접하게 된다. 이는 지구와 인류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다.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또한 마찬가지이다. 미생물 생태계를 다양하고 균형있게 관리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반려 미생물들이 우리 몸을 떠나게 만드는 습관들을 고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입으로 들어온 거의 모든 것은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한다. 약물의 복용 또한 이에 해당한다.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항생제이다. 항생제의 목적은 병원균의 생존을 지속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특정 병원균에만 작용하는 항생제는 존재하지 않고, 모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그렇다 보니 불가피하게 장내 존재하는 다른 미생물에게도 영향을 주어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 항생제 복용 이후 예상치 못한 질환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복용 후 수 일 내로 회복이 되지만 항생제의 오남용은 반드시 줄일 필요가 있다. 

위장약 또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위장약은 위산을 중화시키거나 분비를 억제하는 기능을 갖는데 이로 인해 위산이 약해지면 소화기관 전반에 걸쳐 미생물 군집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장기간의 위장약 복용은 소장의 세균 과증식 상태나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진통소염제나 장에는 영향이 없을 것 같은 신경정신과 약물 등 상당수의 치료제에 의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의료서비스는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편리하다. 그러다 보니 쉽게 의약품을 구하고 필요 이상으로 많이 복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관리를 위해서라도 의약품 오남용을 줄여야겠다.

우리는 매일 음식을 섭취해야 하다 보니 식이(Diet)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다. 평소 우리 입맛에 맞아 즐겨 먹는 음식이 미생물들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대체로 가공 식품이나 인스턴트 음식들이 이에 해당되는데, 이런 음식들은 당분, 정제 탄수화물, 포화지방산등이 많이 들어 있거나 반대로 식이섬유의 함량은 낮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무심코 이런 식품들을 즐기다 보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다양성이 낮아지고, 유익균이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유해균이나 병원균의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식품 첨가물로서 인공 감미료가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건강 유해성에 대한 의견은 아직 분분하다. 예를 들어, 당분이 건강에 안 좋다는 인식 때문에 제로 음료를 선택하지만 건강 상에 다른 해로운 면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도 보고되고 있어 이런 논란은 앞으로 계속 될 듯 하다. 실제로 특정 인공 감미료가 유익균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장 점막을 손상하여 장 내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들이 존재한다. 

장내 미생물 뿐만 아니라 다른 신체 부위의 미생물 관리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위생적인 것은 깨끗하고 건강하다'는 통념으로 인해 세균을 박멸하려는 행동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병원균의 전파를 막기 위해 손 소독제를 수시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습관은 피부 건강에 필수적인 미생물들이 살아남지 못하게 만들어 오히려 피부를 건조하거나 주름지게 만들 수 있다. 

여성청결제도 마찬가지이다. 의외로 샤워 시 매번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 듯 하지만 이는 옳은 습관이 아니다. 건강한 질 내에는 대부분 유산균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소독약 성분이 들어간 청결제를 매일 사용하게 되면 병원균을 잡으려다가 오히려 질 내 건강을 책임져주는 유산균을 모두 죽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여성 청결제를 일주일에 한 번 이하로 가끔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평소 나의 잘못된 습관이 평생 같이 살자던 반려 미생물을 괴롭히고 몸에서 살지 못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건강을 위해 이들이 좋아하지 않았던 나의 습관들이 무엇이 있었는지 관심을 가지고 돌이켜 볼 필요가 있겠다. 

이희태 약사(더바이오 자료).

<이희태 약사>

-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 박사

- 건일약국 대표약사

- 삼육대학교 약학대학 책임연구원

- 케프리옴 대표

- 유튜브 약드라이브 채널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