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치료 한계 넘어”…TNBC서 OS 2년 늘린 다트로웨이, 급여 적용엔 ‘숙제’

- [ESMO 현장 인터뷰] 정경해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 다트로웨이, 면역치료 불가·조기 재발 환자 포함…PFS·OS 모두 개선 - “ADC 항암제, TNBC 1차 치료의 새로운 축 될 수 있어” - “결국 급여 여부가 환자의 생존과 직결”

2025-10-27     지용준 기자
정경해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2025)에서 ‘다트로웨이’의 TROPION-Breast02 연구의 임상적 의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 : 아스트라제네카)

[베를린=더바이오 지용준 기자] “면역치료가 불가능해 세포독성항암제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던 삼중음성유방암(TNBC)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체 생존기간(OS)을 2년 가까이 증가시킨 치료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경해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2025)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다트로웨이(Datroway, 성분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 TROPION-Breast02 연구는 환자에게 실제로 의미 있는 혜택을 준 ‘프랙티스 체인징(practice-changing)’의 결과”라며 “임상 현장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와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는 TROP2 항체약물접합체(ADC)인 다트로웨이의 임상3상 결과를 공개하자 현장에서 박수가 이어졌다. 면역치료가 어려운 환자군에서도 OS를 유의하게 개선했는데, 이는 20년 가까이 이어져온 세포독성항암제 중심 치료의 한계를 넘어선 결과다.

정 교수는 “TNBC는 전체 유방암의 약 10~15%로 환자가 많지 않지만, 종양이 매우 공격적이고 재발 속도도 빠르다”며 “수술 후 1~3년 내 집중적으로 재발하고, 재발 시 세포독성항암제 외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TROPION-Breast02 임상3상 연구를 통해 이들 환자들에 대한 새로운 치료 대안이 마련된 것이다.

TROPION-Breast02 연구는 면역항암제 투여가 어려운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TNBC 환자 644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다국적, 무작위 배정, 공개 방식으로 디자인됐다. 환자들은 다트로웨이(3주 간격 정맥주사) 또는 연구자 선택 화학요법(파클리탁셀·나노입자 파클리탁셀·카페시타빈·카보플라틴·에리불린 등)을 투여받았다.

그 결과, 다트로웨이 투여군의 OS 중앙값은 23.7개월로, 화학요법군의 18.7개월 대비 5개월 연장됐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43% 감소했다.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 역시 다트로웨이 투여군이 10.8개월로 대조군(5.6개월) 대비 약 2배에 달했다.

객관적 반응률(ORR)도 다트로웨이 투여군이 62.5%로 화학요법군(29.3%)보다 2배 이상 높았고, 반응 지속기간(DoR)은 각각 12.3개월과 7.1개월로 다트로웨이 투여군에서 유의하게 길었다. 이는 기존 세포독성항암제 치료의 한계를 넘어 TNBC 1차 치료에서 생존 이득을 명확히 입증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에는 면역항암제가 불가능한 환자, 면역치료 후 재발한 환자, 심지어 수술 후 6개월 이내 재발한 예후 불량 환자까지 포함됐다”며 “이처럼 어려운 환자군을 대상으로 다트로웨이 단독요법이 세포독성항암제보다 PFS와 OS 모두 유의하게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경해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2025)에서 ‘다트로웨이’의 TROPION-Breast02 연구의 임상적 의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 : 아스트라제네카) 

다트로웨이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조기 재발 TNBC 환자에게는 사실상 유일한 치료옵션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정 교수는 “TNBC는 치료옵션이 제한적이고, PD-L1 양성 비율도 낮다”며 “TROPION-Breast02 연구는 면역항암제 치료 이후에도 ADC 항암제가 1차 치료의 새로운 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트로웨이 단독요법은 3주 1회 투여로 환자 내원 부담이 적다”며 “이상반응 관리 역시 중요하지만, 대부분 예방과 모니터링으로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TNBC 치료 시장에서는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성분 펨브롤리주맙)’를 통해 OS 개선이 이뤄졌다. 하지만 투여 기준이 PD-L1 양성인 환자에 한정돼, 전체 환자의 절반가량은 투여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 교수는 “실제로 전체 TNBC 환자의 약 30%만 면역치료가 가능하다”며 “이마저도 급여 제한이 많아 치료를 중단하거나 다시 세포독성항암제로 돌아가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TNBC 환자 대부분은 ‘TROP2’가 발현돼 있지만, 발현 정도에 따른 약효 차이는 크지 않다”며 “다트로웨이는 별도의 TROP2 발현 검사 없이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경해 교수는 TROPION-Breast02 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지만, 신약의 급여 적용 문제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교수는 “아무리 좋은 연구 결과라도 보험이 안 되면 사용할 수 없다”며 “생존기간의 차이가 극적이지 않으면 환자들은 결국 경제적인 이유로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희귀암은 환자 수가 적어 급여가 빠르지만, 유방암처럼 환자가 많은 질환은 ‘약가가 높다’는 이유로 급여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환자에게 고가의 치료제를 기다리게 하기보다는 일부라도 ‘선별급여’를 빨리 적용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퍼투주맙 병용요법도 처음엔 비급여였다가 30% 선별급여로 조정되면서 환자 부담이 줄어들었다”며 “결국 급여 적용을 기다리다가 환자가 치료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는, 일부 선별급여라도 빨리 적용해주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