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태의 '반려미생물' 톡톡] 반려미생물과의 건강한 공존 습관
반려 미생물이라는 개념은 건강한 삶을 위해 미생물 생태계와의 관계를 회복하자는 제안에서 나온 것이다. 흔히 먹는 음식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먹는 것이 곧 우리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무엇을 먹느냐는 단지 나의 영양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반려 미생물에게 어떤 음식을 제공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떤 식품을 즐겨 먹어야 반려 미생물과의 공존을 위한 식습관을 실천할 수 있을까.
먼저 식이섬유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다이어트나 변비 개선 등에 좋다고만 알고 있지만, 실제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관리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식이섬유는 일종의 탄수화물이다. 단 에너지로 사용되지 못하는 탄수화물이다. 하지만 미생물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장에는 다양한 유익균들이 식이섬유를 필요로 하는데, 충분히 먹지 않아 굶주리게 되면 장 점막을 보호하는 점액질을 먹어 치운다. 결국 장벽이 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하여 건강 상에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식이섬유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약 20~25g 정도이다. 이 기준을 근거로 많은 사람들은 충분한 식이섬유를 섭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식을 즐기는 한국인들은 다른 나라보다 식이섬유 섭취량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 권장량은 과거 심혈관계 질환이나 대장암 예방 등의 연구를 근거로 정해졌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관리하기 위해 제시된 기준이 아니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가들은 40~50g 이상의 다양한 종류의 식이섬유 섭취를 권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 식단에서 더 늘릴 필요가 있겠다.
식이섬유는 채소에만 들어있다고 생각해서인지 혹자는 이렇게 많은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된 식품은 매우 다양하다. 실례로 쌀밥을 잡곡으로만 바꾸어도 하루 권장량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 굳이 풀만 뜯어 먹는 채식동물이 될 필요는 없다.
모든 식이섬유가 미생물에 의해 이용되는 건 아니다. 미생물의 관점에서 소화할 수 있는 탄수화물을 Microbiota-accessible carbohydrates(MACs, 이하 맥) 이라고 부른다. 식이섬유와 맥은 비슷하지만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맥이 풍부한 식품으로는 대표적으로 통곡물, 콩류, 과일 껍질, 채소류, 해조류, 버섯류, 견과류 등이 해당된다. 와인도 해당하지만 술이기 때문에 과음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어 알코올을 제거한 뱅쇼로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생물은 맥을 분해하여 단쇄지방산을 만들어 낸다. 단쇄지방산은 앞선 글에서 자주 언급했듯이 장벽강화, 면역조절, 대사조절 등 공생 메커니즘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건강한 삶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포드맵(FODMAP) 식단에 대한 오해도 풀어보자. 일반적으로 잘 흡수되지 않고 발효를 유발하는 식품들은 가스나 설사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FODMAP’은 발효되는 올리고당, 이당류, 단당류, 당알코올에 해당하는 영어 앞 글자를 딴 단어인데, 이런 성분들이 많이 들어간 식품들을 고포드맵, 그렇지 않은 것은 저포드맵으로 분류해 놓았다. 예를 들어, 쌀밥은 저포드맵, 잡곡류는 고포드맵 식품에 해당한다. 문제는 검색을 해보면 고포드맵 식단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유발한다거나, 저포드맵 식단이 건강식이라고 설명하는 정보들이 꽤나 많은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장이 예민한 사람들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들에게는 저포드맵 식단을 추천할 수 있겠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관리를 위해서 고포드맵 식단을 적극 추천할 수 있다. 단, 사람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과도한 고포드맵 식단을 고집하다 보면 불편함을 호소할 수 있으므로 본인만에 적당한 섭취량을 결정할 필요가 있겠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건강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지 알 순 없을까. 브리스톨 대변 척도(Bristol stool scale)를 통해 자가 진단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분변의 굳기와 형태에 따라 7가지로 분류해 놓았는데, 소시지나 뱀과 같은 형태의 분변이 가장 이상적이고 이런 변을 마주한다면 장 환경이 좋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너무 무르거나 단단하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좋지 않다는 신호로 식단 개선에 신경 쓸 필요가 있겠다.
마이크로바이옴과의 공생을 위한 기술은 전혀 거창하지 않다. 한 끼 한 끼 식사할 때 나의 반려 미생물이 좋아하는 음식을 챙기려는 마음으로 실천하면 된다. 우리는 평생을 미생물들과 살아가야할 운명이다. 단, 어떤 미생물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지는 우리의 선택이나 노력으로 결정할 수 있다. 우리가 미생물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잘 살아갈 수 있게 행하는 노력은 미생물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건강한 삶의 본질일 것이다.
<이희태 약사>
-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 박사
- 건일약국 대표약사
- 삼육대학교 약학대학 책임연구원
- 케프리옴 대표
- 유튜브 약드라이브 채널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