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S-DBC, 보스턴형 바이오 클러스터 조건 충족…‘연구력·집적도’ 충분”

- 요하네스 프루에하우프 바이오랩스 CEO 기조강연 - 서울시-노원구 최첨단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프로젝트 ‘호평’ - 연구 역량, 지리적 이점 등 ‘보스턴 클러스터’ 형성 요건 갖춰 - 학계-제약사-벤처창업자 연력 커뮤니티 필요…‘정부 정책 지원’ 필수

2025-11-24     유수인 기자
‘보스턴’을 세계 최고 바이오 클러스터로 키운 요하네스 프루에하우프 바이오랩스(BioLabs) 최고경영자(CEO, 랩센트럴 회장)은 24일 오후 서울 시청 본관에서 열린 ‘S-DBC 콘퍼런스’에서 현재 서울시와 노원구가 추진하고 있는 ‘S-DBC’ 프로젝트에 대해 “야심차고 유망한 기회”라고 평가했다. (사진 : 유수인 기자)

[더바이오 유수인 기자] “‘서울 디지털바이오시티(S-DBC)’ 프로젝트는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와 같은 생태계를 만드는데 필요한 요소를 이미 많이 갖추고 있지만, 벤처캐피탈(VC)과 시설, 미래 지향적인 정부 정책이 함께 작동해야 인큐베이터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습니다.”

미국 보스턴을 세계 최고의 바이오 클러스터로 키운 요하네스 프루에하우프 바이오랩스(BioLabs) 최고경영자(CEO, 랩센트럴 회장)는 24일 오후 서울시청 본관에서 열린 S-DBC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하며 현재 서울시와 노원구가 추진하고 있는 ‘S-DBC’ 프로젝트에 대해 진단했다.

‘S-DBC’는 서울에 남은 마지막 대규모 개발지인 노원구에 최첨단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창동차량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 이전이 가시화되면서 7만5000평에 달하는 부지를 최첨단 바이오산업의 터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이 프로젝트의 비전이다.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입주할 공용 연구시설을 시작으로 중견·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사옥, 병원, 대규모 쇼핑몰과 영화관 등 복합 문화시설을 품는 ‘바이오 콤플렉스’를 세워 대한민국의 새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노원구는 미국의 대표적인 공유 실험실(co-working wet lab) 성공 모델인 ‘바이오랩스’를 유치하고자 프루에하우프 CEO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바이오랩스는 지난 2010년 미국 보스턴에 설립된 민간 인큐베이터로, 현재는 미 동부·서부 전역과 해외로 확장하며 1200개 이상의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약 300억달러 규모의 벤처 투자를 유치했고, 기업공개(IPO) 또는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엑시트(exit)에 성공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아울러 랩에서 발명·개발된 신약 후보물질을 기반으로 250건 이상의 임상시험이 개시됐고, 2만명 이상의 환자가 그 치료의 혜택을 보면서 현실적이며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프루에하우프 CEO는 보스턴이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강력한 학문적 기반과 지역적 밀집도를 꼽고 있다. 그는 “보스턴은 강력한 학문적 기반 위에 형성됐다”며 “보스턴은 하버드대·매사추세츠 공과대(MIT)·매사추세츠 주립대 등 여러 우수한 교육기관들이 있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에서 가장 혁신이 밀집된 1제곱마일 스퀘어인 ‘켄달 스퀘어(Kendall Square)’가 형성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제약사들은 혁신과 스타트업에 가까이 있기 위해 모두 이곳으로 이전했다”며 “그러면서 제약사와 대학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여러 연구소들이 생겨났고, 대표적으로 ‘MIT–하버드’가 함께 운영하는 ‘화이트헤드연구소’와 ‘브로드연구소’ 등이 있다”고 말했다.

프루에하우프 CEO는 “이처럼 지역적 밀집도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S-DBC 프로젝트는 보스턴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들을 계획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독일 사례를 언급하며 ‘지역적 밀집도’의 이점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독일은 강력한 기초과학과 점점 늘어나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정부도 바이오산업 지원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다만 독일은 연방 국가이고, 각 주가 서로 경쟁하며 비슷한 것을 중복적으로 만들어 통합된 단일 클러스터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프루에하우프 CEO는 지적했다. 또 성장 자본과 경험 많은 경영자, 국제적 연결성이 부족하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독일의 시장 중심의 사고도 문제인데, 이는 혁신 격차라는 고통스러운 결과를 낳는다”며 “독일의 인구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미국과 거의 비슷하지만, 경제적인 성과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프루에하우프 CEO는 “바이오랩스가 독일에 진출할 때 세운 목표는 유망 연구자들이 회사를 만들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지 않고, 독일에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었다”며 “이를 위해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고, 학술 발견의 중심지 가까이에 시설을 만들고, 멘토링과 교육, 산업 파트너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VC와의 연결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이델베르크 사이트가 문을 연 지 정확히 2년이 됐는데 성과는 고무적”이라며 “현재 20개 이상의 기업이 입주해 있고, 그중 10개는 독일 외 국제 기업이며 이 기업들은 독일에 머물고 싶어서 바이오랩스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델베르크 사이트는 지금까지 약 2억유로를 유치했고, 치료제뿐만 아니라 비(非)치료 분야, 소재과학 등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우리는 베를린과 뮌헨에서도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프루에하우프 CEO는 한국(서울시)이 우수한 기초과학 역량을 갖추고 있고, 지역적 밀집도도 높아 보스턴과 같은 혁신 생태계를 계획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실제 노원에는 광운대 등 이공 계열에 경쟁력이 있는 대학이 소재하고, 고려대병원, 경희대병원, 원자력병원 등 유수 병원도 인근에 위치했다. 그러나 그 가치를 잠금 해제(unlock)하기 위해서는 학계, 산업 파트너, 창업자 그리고 이들 모두를 연결하는 강력한 커뮤니티가 형성돼야 한다는 게 프루에하우프 CEO의 주장이다.

그는 “혁신가와 창업자들은 혼자 힘으로는 이 일을 해낼 수 없는데, 대부분이 첫 창업자이고 교수, 연구원, 대학원생들이기 때문”이라며 “어떤 분야에서는 전문가일 수 있지만 어떻게 제품화할지는 여러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프루에하우프 CEO는 S-DBC 프로젝트를 “야심차고 유망한 기회”라고 평가하며 도심 한가운데 넓은 부지를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산업 섹터를 만들 수 있는 드문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S-DBC는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라며 “21세기는 바이오테크 세기이며, 바이오테크는 치료제뿐만 아니라 식품, 재료, 건축자재 등 여러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산업적 원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개발과 관련해 개발사·건설사·인허가 등의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이후에는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며 “여러분(서울시와 노원구)이 부동산을 짓는다면 우리(바이오랩스)는 그곳이 혁신이 일어나는 공간이 되도록 돕는 것이며, 가능하다면 이 과정에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프루에하우프 회장은 “이 프로젝트가 잘 되기 위해서는 세제 지원, 혁신 규제, 인재 유치 등 미래 지향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하며, VC·시설·정부 정책이라는 3가지 요소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며 “하나라도 없으면 인큐베이터를 충분히 지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5년, 10년, 15년, 20년에 걸쳐 기업가정신을 키우고 연구자들이 스스로 회사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장기적 마인드셋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