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버금가는 서울 바이오 클러스터 ‘S-DBC’…투자·네트워크 지원 ‘관건’

- 서울시 추진 ‘S-DBC’ 의의 및 방향성 논의 대담회 개최 - 창동·상계 일대 초대형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경제 성장 지원 - 美 보스턴, 바이오 경제로 40% 성장률 보여 - ‘과학 집적지’ 서울 동북권, 클러스터 조건 충분 - 대규모 부지도 경쟁력…인프라 구축 비용·네트워크 부재 한계

2025-11-25     유수인 기자
24일 서울시청 본관에서 열린 ‘S-DBC 콘퍼런스’에서는 해당 프로젝트의 의의와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는 대담회가 마련됐다. 좌장은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맡았고, 진명국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동북권사업과장, 맹다미 서울연구원 미래공간연구실장, 이정훈 이지스자산운용 대외협력 대표, 김종성 보스턴대 퀘스트롬경영대학 교수, 양은영 차바이오그룹 부사장, 김현우 서울바이오허브 센터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사진 : 유수인 기자)

[더바이오 유수인 기자] 서울시와 노원구가 추진하는 초대형 바이오 클러스터인 ‘S-DBC’가 미국 보스턴에 버금가는 글로벌 바이오 허브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DBC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부상한 바이오산업을 도심에 집적해 스타트업 발굴, 연구 역량 강화, 산업 생태계 확장을 노리는 구상이다. 이미 국내 곳곳에 클러스터가 조성됐음에도 뚜렷한 성공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24일 서울시청 본관에서 열린 ‘S-DBC 콘퍼런스’에서는 해당 프로젝트의 의의와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는 대담회가 마련됐다. 좌장은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맡았다. 진명국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동북권사업과장, 맹다미 서울연구원 미래공간연구실장, 이정훈 이지스자산운용 대외협력 대표, 김종성 보스턴대 퀘스트롬경영대학 교수, 양은영 차바이오그룹 부사장, 김현우 서울바이오허브 센터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바이오산업, 경제 성장성 충분…‘S-DBC’, 지리적 이점·대규모 부지 경쟁력 가져

S-DBC는 서울에 남은 마지막 대규모 개발지인 노원구에 최첨단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창동차량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 이전이 가시화되면서 7만5000평에 달하는 부지를 최첨단 바이오산업의 터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이 프로젝트의 비전이다.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입주할 공용 연구시설을 시작으로 중견·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사옥, 병원 그리고 대규모 쇼핑몰과 영화관 등 복합 문화시설을 품는 ‘바이오 콤플렉스’를 세워 대한민국의 새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김종성 교수는 바이오산업이 한국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효과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보스턴 지역의 국내총생산(GDP)은 500조원 규모인데, 이 중 약 20%가 바이오산업에서 나온다”며 “바이오산업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이후 보스턴 경제가 약 40%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바이오산업이 사실상 ‘없던 경제’를 새로 만든 수준의 파급력을 가졌다는 의미다.

그는 “서울은 매년 약 5% 성장하는데, 바이오 경제가 본격적으로 들어선다면 서울 경제도 40% 가까운 추가 성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바이오산업은 도시 경제 전반에 강력한 임팩트를 주는 ‘보물 같은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바이오산업은 과학 기반의 산업이기 때문에 그렇다”며 “신약 개발, 암 치료 등 오늘날의 혁신 치료법은 과학기술 발전 위에 세워져 있고, 과학적 기반이 탄탄한 곳에서는 산업도 성장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고급 인재 유입 효과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보스턴은 바이오산업이 성장한 뒤 박사·석사 학위자 수가 크게 늘었다”며 “바이오산업은 노동집약적이지만, 고급 인력 중심의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전문성과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데, 실제 이들이 몰리면서 지역 내 부동산 가치도 상승했다”며 “보스턴에서는 고급 식당, 주점 등 소비 산업도 함께 성장했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서울 동북권이 바이오 클러스터로 적합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서울은 한국 최고의 과학 집적지가 모인 곳이고, 특히 동북권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비롯해 고려대, 경희대, 서울대 의대, 서울여대 등 옛날부터 대학이 몰려 있던 곳이었다”며 “과학 기반 산업이 생기기에 최적한 도시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우 서울바이오허브 센터장도 “바이오산업은 생각보다 굉장히 빨리 성장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분야”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JP모건이 3분기까지의 기술이전 거래를 집계한 결과, 바이오 시장 규모가 1800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4분기에도 전 세계적으로 기술이전 거래가 일어난다면 이 규모는 24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반도체 시장의 경우 6500억달러 정도로 형성됐는데, 이 시장의 약 40%가 실제 물건이 왔다 갔다 하지 않으면서 ‘기술의 질’로만 거래가 이뤄지는 계약인 것”이라면서 “이 중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월 기준 140억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많은 바이오기업이 한국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 기반 거래에서 한국이 이미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이 한국을 주목하는 핵심 배경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S-DBC는 바이오텍의 성장을 지원하는 새 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김 센터장의 주장이다. 그는 “현재 서울 바이오허브에 입주해있는 바이오 스타트업 수가 130개 정도 되는데, 이 중 85%가 시드(seed) 단계”라며 “그 외 15% 정도는 시리즈 A, 시리즈 B 등 몸집을 키우고 있는 단계의 기업들인데, 이들을 지원할 만큼의 공간이 없어 각 회사들은 다른 곳에서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DBC가 (기업들의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어떤 공간이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면 기업들의 성장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이 공간은 미래를 더 빨리빨리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국가를 대표하는 바이오 거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훈 이지스자산운용 대외협력 대표 또한 대규모 부지가 갖는 경쟁력이 S-DBC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창동·상계 차량기지 부지를 직접 둘러봤는데, 7만5000평에 달하는 큰 규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도심 입지는 사실상 드물다”며 “민간이 작업해 농지를 개발하려고 해도 거의 불가능한 수준의 좋은 입지와 면적을 가지고 있는 땅이라고 생각을 했고, 특히 ‘공공이 주도해 공급한다’는 점에서 민간의 기대감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 입지 측면에서는 기존의 여의도·서초·강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소할 수 있지만, 서울아레나 개발, GTX-C 개통 등 주변 인프라 확충이 이뤄지면 양주·의정부·남양주 등 북부권과의 연계성이 높아져 잠재력이 큰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또 “서울아레나와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후 조성될 수변공원 등 문화·여가 환경이 계획적으로 조성된다면, 업무·상업·문화·휴식 기능이 복합된 매력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며 “이런 복합성은 민간의 입주 의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어 핵심 산업 유치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7만5000평은 매우 큰 규모이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바이오·헬스케어·인공지능(AI) 등 첨단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배치하면 지역 활성화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며, 이들과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산업도 자연스럽게 함께 들어올 수 있다”고 밝혔다.

양은영 차바이오텍 부사장은 “지난 10여 년간 국내 곳곳에서 수많은 바이오 클러스터가 조성됐지만, 뚜렷한 성공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특히 한국은 우수한 인재와 교육·기술 기반을 바탕으로 미국·중국과 어깨를 견줄 만큼 기술이전 역량이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미국 바이오텍과 비교할 때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 유수인 기자)

◇韓, 바이오 클러스터 성공 사례 부재…인프라·글로벌 네트워크 지원 필요

일각에서는 S-DBC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산업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키울 수 있는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국내에 많은 바이오 클러스터가 있는데도 한국을 대표하는 단일 성공 모델을 꼽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양은영 차바이오그룹 부사장은 “지난 10여 년간 국내 곳곳에서 수많은 바이오 클러스터가 조성됐지만, 뚜렷한 성공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특히 한국은 우수한 인재와 교육·기술 기반을 바탕으로 미국·중국과 어깨를 견줄 만큼 기술이전 역량이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미국 바이오텍과 비교할 때 3가지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양 부사장은 3가지 한계로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 부담 △전 주기적 R&D 지원 부재 △글로벌 네트워크 부족을 꼽았다. 그는 “20개가 넘는 각 지방자치단체 바이오 클러스터가 지원하는 분야는 여전히 ‘공간’ 위주에 머물러 있다”며 “세포유전자치료제(CGT)나 첨단 바이오 항체 단백질 개발 기업이 초기에 세팅하는데만 평균 65억원이 들어가는데, 요즘은 시리즈 A에서 100억원을 유치하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투자금 상당수가 실험실·장비 세팅에 소모돼 기술 개발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반면 미국 보스턴의 ‘랩센트럴’은 연구자가 ‘아이디어만 들고 들어가도’ 모든 장비·운영 인력이 갖춰진 상태에서 즉시 개발을 시작할 수 있는데, 한국에는 이런 전체적인 생태계가 조성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국내 바이오텍은 기술수출은 활발하지만, 투자만큼은 대부분 국내에 머물러 있다”며 “글로벌 VC 투자를 받는 한국 바이오기업 비중이 7%도 되지 않는데, 이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부재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 시리즈 A는 보통 100억원을 못 넘기지만, 미국 바이오텍은 기본 1000억원 수준의 투자를 받는다”며 “JP모건이나 바이오USA를 연 1~2회 참여하는 것으로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없고, 보스턴처럼 연구자·벤처캐피탈(VC)·빅파마가 매주 캐주얼하게 교류하고 기술을 검증하는 상시적인 네트워킹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부사장은 국내 주요 바이오 클러스터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될 필요성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가 싸워야할 상대는 내부가 아니라 미국, 유럽, 중국이 경쟁 대상”이라며 “차바이오텍이 판교에 조성하고 있는 첨단 바이오 시설인 ‘CGB(Cell Gene Bioplatform)’와 창동 바이오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각각 클러스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하나의 거대 클러스터로 조성된다면 해볼 만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맹다미 서울연구원 미래공간연구실장은 장기적 관점의 일관된 도시 계획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맹 실장은 “서울시는 그동안 마곡 등 특정 지역을 전략 거점으로 육성해온 경험이 있다”며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시가 강한 의지를 갖고 장기 계획을 일관되게 추진해 특화 산업을 유치하고, 배후 지역과의 연계를 통해 공공이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동·상계가 미래 수도권 동북권의 광역 중심 역할까지 수행하려면 장기 마스터플랜을 토대로 한 지속적이고 일관적인 실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창동·상계 자체 계획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과의 통합적이고 일체화된 계획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명국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동북권사업과장은 정부 지원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 분야는 지자체 단독으로 추진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역할을 나눠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은 지방에 비해 정부 지원을 받기 쉽지 않은 구조적 현실이 있다는 게 진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R&D 인력과 우수 연구 인력이 서울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서울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진 과장은 “이번 사업은 시 재정에서 1조원 이상 그리고 민간에서 6조원 이상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시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며 “동북권에 기업이 입주한다는 것이 아직은 낯선 이야기일 수 있지만, 기업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