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K-비만 치료제 ‘기회’ 충분…요요·근감소 ‘미충족 수요’ 타깃 필요”
- 최인영 R&D센터장, 비만 치료제 차별화 전략 강조 - 제한된 체중 감소 효과, 근육 감소 등 기존 치료제 한계 존재 - 체중 감소·근육 증가 신개념 치료제, 계열 내 최초 신약으로 개발 - 생활습관 교정 DTx 병행해 약물 순응도↑
[더바이오 유수인 기자] “기존 비만 치료제에 존재하는 다양한 의학적 미충족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국내 기업에도 기회는 있다고 봅니다.”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은 25일 서울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 센터에서 열린 ‘제약바이오산업 혁신 포럼’에서 이같이 말하며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선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센터장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빅파마가 개발하고 있는 비만 치료제들은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는 물론 심혈관질환, 수면무호흡증, 골관절염 등 비만과 연관된 동반 질환 치료로 적응증을 넓혀가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기전의 체중 감소 효과의 한계 △요요 및 근육 감소 부작용 △높은 투약 중단율 △가격 등의 미충족 수요가 남아 있어 이 부분을 채워줬을 때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들에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게 최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시판 중인 비만 치료제의 감소 효과 최대치는 20% 정도이나, 외과적 수술 요법을 사용하면 최소 25%에서 50%, 경우에 따라 60%까지도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며 “즉 약물로 ‘수술’에 준하는 수준의 체중 감량에 도달하기에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전의 약물이 시장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나온 비만 치료제는 근본적으로 병을 치료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빠르게 빠진 체중은 1년 내 되돌아온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살이 빠질 때 근육과 살이 같이 빠지게 되는데, 근육과 지방이 아주 아름답게 똑같은 비율로 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센터장은 환자들이 치료에 오래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투약이 불편하다는 점, 가격이 비싸다는 점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 기업들이 투약을 간편하게 하기 위해 저분자 기반의 경구제(먹는 약)를 개발하고 있는데, 모든 제형을 이렇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분자 기반 경구제의 포지션은 주사제에 비해 체중 감소 효과가 좀 떨어지고, 위장 관계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심하기 때문”이라며 “이에 마이크로니들을 이용한 패치 등 다양한 형태의 기술 개발들이 이뤄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최 센터장은 가격적인 부담도 기존 치료제의 한계로 꼽았다. 그는 “처음 나왔을 때 연간 치료 비용이 2400만원에 달했다”며 “지금은 상당히 많이 낮아졌지만, 적응증이 계속 확장되면 약물의 효용성은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이러한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한 가지의 약물로 시장에 접근하지 않는다는 게 최 센터장의 설명이다. 다양한 환자들에게 맞는 체계적인 치료 요법을 제공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다.
한미약품은 이를 위해 비만 파이프라인(Hanmi Obesity Pipeline, H.O.P) 프로젝트를 통해 신개념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인 ‘HM17321(개발코드명, LA-UCN2)’과 삼중작용제 후보물질인 ‘HM15275(개발코드명, LA-GLP·GIP·GCG)’를 비만 치료 영역에서 각각 ‘계열 내 최초 신약(First-in-Class)’과 ‘계열 내 최고 신약(Best-in-Class)’으로 개발하고 있다. 또 글로벌 빅파마인 사노피에 당뇨병 치료제로 기술이전했다가 반환받은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비만 치료제로 전략을 틀어 국산 GLP-1 계열 신약의 상업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 중 최근 미국 임상1상에 진입한 HM17321은 지방 감소뿐만 아니라, 근육량 증가 및 기능 개선까지 유도한다. 전임상 연구에서는 골격근의 크기 증가, 근섬유 단면적(CSA) 향상, 근력 및 운동 능력 개선까지 입증됐다. 또 미국 임상2상 단계인 HM15275는 GLP-1과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GIP)·글루카곤(GCG) 수용체 작용을 최적화해 비만 치료에 특화돼 있으며, 부수적으로 다양한 대사성 질환에 효력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최 센터장은 “HM15275는 수술 요법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며 “해당 후보물질의 체중 감량 효과는 강력한 비만 치료제인 ‘젭바운드’와 비교해도 월등한데, 반대로 근감소율을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임상1상이 끝나자마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2상 시험계획(IND)을 제출해 승인을 받아 현재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도 임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HM17321은 지방만 선택적으로 빼주고 근육은 늘려주는 ‘꿈의 약’으로 여겨지는데, 휴먼과 인공지능(AI)이 협력해 만든 결과”라며 “미국과 유럽 등 국제 학회에서 효능을 확인한 여러 결과들을 발표하고 있으며, 다른 약물과 병용 투여하는 방식으로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이 빠지는 숫자 자체도 중요하지만, 퀄리티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이 물질은 기존 약물이 가지고 있던 근감소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약품은 이밖에도 주사제 외 오랄(경구제), 패치제 등 환자 편의성을 높여주기 위한 형태로 비만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비만은 생활습관의 교정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디지털 치료기기(DTx)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는 게 최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회사가 개발 중인 DTx는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단독으로도 쓸 수 있지만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신약들을 접목해 약물 정보를 훨씬 더 정확하게 전달하고, 환자가 약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하는 툴(tool)로 사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미약품은 원료부터 최종 생산까지 수직 계열을 이루고 있어 안정적인 약물 공급도 가능하다”며 “이처럼 기존 약물들이 가진 미충족 수요들을 잘 충족한다면 ‘K-비만 치료제’도 글로벌로 나가기에 부족함 없이 충분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