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예성혁·허준석 진씨커 대표
- 정상 DNA 선제 제거로 민감도 20배 향상·비용 10분의 1 절감
- 35만원대 다중암 검사·CT 대비 8개월 앞선 재발 감지 데이터 확보
- 중국 상용화·MSKCC·하버드 협력…예방·관리 아우르는 풀사이클 플랫폼 비전

(사진 왼쪽부터) 진씨커 예성혁 대표와 허준석 대표가 더바이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 성재준 기자)
(사진 왼쪽부터) 진씨커 예성혁 대표와 허준석 대표가 더바이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 성재준 기자)

[더바이오 성재준 기자] “암 진단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모두의 권리입니다.”

국내 바이오텍인 ‘진씨커(GeneCker)’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 기반의 액체생검 기술로 암 조기진단과 재발 모니터링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진씨커의 예성혁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대표와 허준석 최고의학책임자(CMO) 겸 공동대표는 최근 <더바이오>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기술을 환자들이 실제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연구 성과를 임상 현장에 연결하는 전략과 글로벌 시장 비전을 설명했다.

진씨커는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 출신의 임상의사인 허준석 대표와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에서 CRISPR 기술을 연구한 엔지니어인 예성혁 대표가 함께 창업했다. 임상 경험과 원천 기술 역량을 결합해 암 조기진단과 재발 모니터링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뮤트시크(MUTE-Seq)’의 원리: FnCas9-AF2 유전자가위(Fire)를 이용해 정상 DNA(Haystack)를 제거하고, 암 변이 DNA(Needle)만 남겨 민감도를 극대화한다. (출처 : 진씨커)
‘뮤트시크(MUTE-Seq)’의 원리: FnCas9-AF2 유전자가위(Fire)를 이용해 정상 DNA(Haystack)를 제거하고, 암 변이 DNA(Needle)만 남겨 민감도를 극대화한다. (출처 : 진씨커)

◇“정상 DNA를 없애라”…발상의 전환이 만든 초정밀 플랫폼

진씨커의 핵심 플랫폼은 ‘뮤트시크(MUTE-Seq)’다. 기존 액체생검 기술이 ‘건초더미 속 바늘 찾기’라면, 진씨커는 ‘건초더미를 태워 바늘만 남기는 방식’을 택했다. 이 기술은 초정밀 CRISPR 유전자 가위인 ‘에프엔캐스나인-AF2(FnCas9-AF2)’를 활용해 정상 DNA 서열을 선택적으로 잘라내고, ‘순환종양 DNA(ctDNA)’만을 증폭하는 원리다. 기존 기술이 암 변이 DNA를 직접 찾아내려 했다면, 진씨커는 정상 DNA를 먼저 제거하는 ‘정반대’ 방식으로 접근해 신호 대비 잡음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기존 기술은 정상 DNA와 암 변이 DNA가 섞여 있어 극소량의 변이 신호가 쉽게 묻혔다. 반면 진씨커의 방식은 정상 DNA를 선제적으로 제거해 변이 DNA만을 남김으로써, 희미한 변이 신호도 뚜렷하게 검출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민감도 99%, 특이도 99%를 달성했으며, 기존 대비 민감도는 20배 향상되고 분석 비용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ctDNA는 암세포에서 떨어져 나온 DNA 조각으로, 혈액 속에 극소량 존재하는 유전 물질이다.

또 혈액 속 극소량, 약 0.1나노그램(ng) 수준의 ctDNA까지 검출할 수 있어 초기 암 단계에서도 진단 가능성을 크게 넓혔다. 단 하나의 염기서열 차이도 정확히 구별할 수 있는 정밀성을 갖췄다. 이는 현재 세계에서 유일한 수준으로 입증된 성과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허 대표는 “단일 염기 차이까지 구별할 수 있는 FnCas9-AF2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민감도를 20배 높이고, 분석 비용을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성능은 미국 선두기업과 비교해도 월등한 경쟁력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 기술은 올해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구두 발표로 소개되며 주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SKCC)와 하버드 메디컬스쿨 등 글로벌 연구기관에서 공동 연구 제안이 이어졌다.

◇35만원대 다중암 검사…“대중화가 곧 혁신”

진씨커는 현재 2가지 검사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는 ‘건강인’을 대상으로 11종의 암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암세포 탐색검사’다. 대장내시경과 비슷한 가격에 받을 수 있는 세계 최초 다중암 위험도 검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다른 하나는 ‘암환자’의 재발 여부를 조기에 감지하는 ‘암세포 추적검사’다. CT·MRI보다 평균 8개월 빠르게 재발을 발견할 수 있어 치료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두 서비스는 고려대 안암병원을 비롯한 전국 20여개 검진센터에서 시행 중이며, 연내 35곳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예 대표는 “미국의 다중암 조기진단 검사는 1000달러(약 140만원) 이상이지만, 우리는 35만~40만원대 가격으로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덕분에 국내 경쟁사 대비 선택률이 40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재발 모니터링 검사도 의미가 크다. 진씨커는 기존 CT보다 평균 8개월 앞서 재발을 감지할 수 있다는 임상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MRI 가격 수준에서 제공돼 환자 접근성도 높다. 허 대표는 “치료 후 재발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대중화 검사로 발전할 수 있다”며 “이 결과는 환자 생존율을 약 57% 높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6년 상반기 ‘혁신 의료기술’ 지정 신청을 통해 제도권에 안착시키겠다”고 덧붙였다.

혁신 의료기술로 지정되면 병원 진료 현장에서 ‘공식 의료 행위’로 인정돼 실제 환자 치료에 활용할 수 있고, 보험 적용을 위한 기반도 마련된다.

◇“중국에서 안착…미국·유럽은 공동 연구로 진출”

진씨커는 이미 중국에서 수천 건의 임상 샘플 검사를 진행하며 상용화 기반을 확보했다. 회사는 연내 검사 건수를 1만건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현지 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한 파트너십 전략으로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진씨커는 이를 통해 글로벌 다중암 조기진단과 재발 모니터링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허 대표는 “MSKCC와 하버드 바이오뱅크와의 협력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며 “미국에서는 다중암 조기진단부터, 유럽에서는 재발 모니터링까지 순차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왼쪽부터) 예성혁 진씨커 대표와 허준석 진씨커 대표 (출처 : 성재준 기자)
(사진 왼쪽부터) 예성혁 진씨커 대표와 허준석 진씨커 대표 (출처 : 성재준 기자)

◇예방부터 관리까지…“암 건강관리 패러다임”

특히 진씨커는 임상 협력 과정에서 암 예방·관리 영역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확인했다. 실제로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생활습관 교정을 받은 환자가 위험도를 크게 낮춘 사례가 보고됐다. 검사가 단순 조기 발견을 넘어 환자 맞춤형 예후 관리와 예방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진씨커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맞춤형 생활습관 관리와 데이터 기반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해, 조기진단과 재발 모니터링을 넘어 암 예방과 관리까지 아우르는 ‘풀사이클(full cycle)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허 대표는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생활습관 교정을 받은 환자가 위험도를 크게 낮춘 사례가 있다”며 “단순 조기 발견을 넘어 암 예방과 관리의 지표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진씨커는 임상 현장에서 다양한 피드백도 받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췌장암 조기 발견 사례나 대장암 환자의 치료 결정에 활용된 경험 등이 대표적이다. 허 대표는 “이처럼 우리 기술이 ‘암 건강 관리’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진씨커는 30명 규모로 성장했다. 예 대표는 “대표실을 없애고 모두가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며 “문제가 생기면 누구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전략에 대해서는 암 조기진단과 재발 모니터링을 넘어 면역질환, 장기이식 거부반응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두 대표는 밝혔다. 예 대표는 “인공지능(AI)이 GPU를 통해 산업 생태계를 키운 것처럼, 뮤트시크가 액체생검 분야의 성장 엔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좋은 기술이 있어도 환자들이 실제로 쓰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며 “우리는 연구 성과를 임상 현장에 연결해 환자 치료에 직접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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