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비만 치료제 시장 트렌드 전망
- 개발 중인 치료제 후보물질 체중 감소 효과 20%대 머물러
- 투여 편의성, 가격 등 중요해져…빅파마 ‘1개월 주사제’ 개발 본격화
- 지투지바이오·펩트론,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 연구 중…본계약 기대감
- 디앤디파마텍 펩타이드 경구화 기술도 주목
[더바이오 유수인 기자] 최근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RA) 치료제의 체중 감소 관련 혁신이 정체된 상황에서 ‘1개월 장기지속형 비만 치료제’가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펩트론, 지투지바이오, 디앤디파마텍 등 글로벌 빅파마와 협업 중인 국내 기업들의 성과 도출 시기가 다가오면서 ‘K-바이오’에 대한 주목도도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5일 서울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 센터에서 ‘비만 치료제 시대 글로벌 경쟁과 대응 전략’을 주제로 열린 ‘제약바이오산업 혁신 포럼’에서 향후 시장 트렌드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엄 연구원은 현재 상용화됐거나 개발 중인 GLP-1 기반 비만 치료제의 체중 감소 효과가 정체돼 있고, 치료 중단율도 높아 추가적인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후속 파이프라인들 중 단기, 중장기적으로 급격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는 물질들의 감소율은 20%대에 머물고 있고, 그 이상의 체중 감소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 26주 이내 단기간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는 물질은 다국적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이하 노보)의 이중기전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인 ‘아미크레틴’ 피하주사(SC) 제형으로 12주 만에 22%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고 있다. 미국 바이오기업인 멧세라(화이자가 인수함)가 개발 중인 ‘MET-233(개발코드명)’은 5주차 결과에서 8.4%의 체중 감소가 일어났고, 국내 제약사인 일동제약이 개발하고 있는 ‘ID110521156(개발코드명)’이 4주차에 6.8% 감소율을 보였다. 중장기적으로는 일리이릴리(이하 릴리)의 삼중작용제인 ‘레타트루타이드’가 48주차에 22.1%의 체중 감소를 보였고, 노보의 ‘카그리세마’가 68주차에 20.4% 체중 감소를 보였다.
엄 연구원은 “30~40% 체중 감량 효과가 일어나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감소 효과’ 측면에선 어느 정도 정체기에 와 있다고 본다”며 “게다가 리얼 월드에서는 임상에서보다 더 적은 감소율을 보이고 있고, 1년 내 치료 중단율이 40~50% 정도 되기 때문에 이제는 투약 편의성과 가격 그리고 근육 감소 같은 부작용을 해소하는 것이 ‘메인 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엄 연구원은 ‘지속형 비만 치료제’ 산업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암젠과 카무루스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1개월 지속형 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펩트론과 지투지바이오, 인벤티지랩 등이 각각 릴리, 유럽 소재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 등과 공동으로 후보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암젠은 1개월 지속형 치료제인 ‘마리타이드’의 임상1상을 다시 진행하고 있고, 카무루스는 세마글루티드(제품명 위고비)를 장기지속형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이 기간(1개월)을 2~3개월까지 늘리기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는 파이프라인이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 글로벌 시장이 1개월 지속형 치료제 시장으로 완전히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고, 내년부터는 그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내년은 글로벌 기업과 지속형 비만 치료제 개발 협업을 진행 중인 국내 기업들의 공동 개발 계약이 본계약으로 전환되는 시점이기도 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엄 연구원의 설명이다. 우선 약효 지속형 플랫폼인 ‘스마트 데포’로 지난해 10월 릴리와 기술평가 계약을 맺은 펩트론은 계약 만료일인 내달 7일 전까지 지속형 비만 치료제에 대한 평과 결과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펩트론은 전립선암·성조숙증 치료제인 ‘루프원’을 1개월 제형으로 늘려 국내 품목허가를 받은 이력이 있는 만큼, 비만 치료제로도 확장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엄 연구원은 “대량 생산 검증이 끝나는 시점에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투지바이오는 마이크로스피어(미립구) 기반 약효를 늘려주는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술인 ‘이노램프’로 비만 치료제와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 유럽 소재 제약사 등과도 연구 협력에 나서고 있다. 엄 연구원은 경구용(먹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인 ‘GB-5001(개발코드명)’의 임상 결과를 확보한 바 있는 만큼, 지투지바이오가 비만 치료제로 확장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투지바이오는 기존 ‘도네페질’ 치료제를 기반으로 한 세계 최초의 1개월 제형을 개발해, 해당 제형의 약효 지속성을 임상적으로 입증했다”면서 “경구제 대비 우수한 약효 지속성과 단가 절감이 이뤄지며 ‘이노램프’의 개발 목적이 모두 충족된 만큼, 현재 협의 중인 기업들과의 본계약 체결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엄 연구원은 펩타이드 경구화 기술인 ‘오랄링크’를 보유한 디앤디파마텍의 시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디앤디파마텍의 파트너사이자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에 100억달러(약 14조5500억원) 규모로 인수된 멧세라의 펩타이드 GLP-1 후보물질이 차별화를 보일 수 있었던 이유가 해당 기술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엄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멧세라의 가장 유망한 물질은 펩타이드 GLP-1 후보물질인 ‘MET-097o’, ‘MET-224o’ 등으로, 높은 생체이용률, 식사 여부와 무관한 투약 가능성 등에서 차별화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엄 연구원은 “연내 멧세라 경구제 후보물질의 4주차 체중 감량 및 약동학(PK) 데이터 공개가 예정돼 있다”며 “MET-097o의 동일 펩타이드인 ‘MET-097i’를 통해 체중 감량 효능을 입증했기 때문에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구제 부문에서 아직 시장을 뒤엎을 획기적인 약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화이자가 합류한 멧세라의 경구제가 임상 결과를 공개하며 그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