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DMO·시밀러 분리로 사업 정체성 재정립…로직스, 홀딩스 첫 시총 재평가
- 삼성바이오로직스, ‘변경상장’ 시초가 범위 최저 65%~160% 사이 적용
- 삼성에피스홀딩스, ‘재상장’ 시초가 최저 50~200% 범위
- 거래 정지 직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시총 86조9035억원…분할 비율 65:35
- IBK투자증권, 삼성바이오로직스 적정주가 209만원 제시
[더바이오 지용준 기자] 인적분할 절차를 마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 2개 종목으로 다시 증시에 상장한다. 분할 이후 두 회사의 시가총액 합산이 분할 직전인 약 86조원을 넘어설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변경상장’ 방식으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재상장’ 방식으로 각각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초가는 분할 전 주가에 분할 비율을 반영해 산정한 기준가격의 65~160% 범위에서,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시초가는 거래소가 정한 평가가격의 50~200% 범위에서 동시호가를 통해 각각 결정된다.
분할 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종가는 122만1000원, 시가총액은 약 86조9035억원이었다. 이번 인적분할에서 존속법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신설법인 삼성에피스홀딩스의 분할 비율은 순자산가치(NAV) 기준 65대 35로 산정됐다. 이에 따른 분할 기준 가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6조4873억원, 삼성에피스홀딩스가 30조4162억원으로 평가된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상장 데뷔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분할 이후 두 회사의 사업 정체성에 따라 시장의 가치평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합산 시가총액이 분할 전 약 86조원을 넘어설지가 관전 포인트다. 다시 상장하는 첫날 형성되는 두 회사의 합산 시총은 이번 인적분할이 기업가치에 ‘플러스 요인’으로 받아들여졌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동안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분리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CDMO 고객사와 경쟁 관계에 놓일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동일 조직 아래 있는 구조가 잠재적인 리스크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또 수익 창출 방식이 다른 두 사업에 동시에 투자해야 하는 투자자들의 고민도 존재했다.
이번 인적분할로 순수 CDMO 기업으로 재편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능력·포트폴리오·글로벌 거점’ 3대 축 성장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CDMO 톱티어(Top-tier) 지위를 굳히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의약품을 개발 및 상업화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 기술 플랫폼을 개발하는 ‘에피스넥스랩’을 각각 자회사로 두고 다양한 유망 바이오 신사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인적분할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상향 평가하는 보고서가 잇따르며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순수 CDMO 기업으로의 전환과 CAPA(생산능력) 확대, 상업생산 비중 확대 등을 근거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주가를 209만원으로 제시했다. 내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조8409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약 34배 수준의 프리미엄 멀티플(기업가치 평가지표)을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분기 별도기준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조2575억원, 영업이익은 6334억원으로,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9%, 42.5% 증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32년까지 제2바이오캠퍼스(5~8공장)를 완성해 132만4000리터의 생산능력을 토대로 ‘초격차’를 유지하고, 항체약물접합체(ADC), 오가노이드 등 모달리티(치료접근법)의 다각화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또 현재 글로벌 톱(Top) 20 빅파마 가운데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한 데 이어, 일본 등 아시아 시장 공략을 통해 글로벌 톱 40 고객사로 외연을 확대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캐시카우 역할을 맡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미래 성장성을 책임질 에피스넥스랩의 역할이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듀피젠트’와 ‘트렘피어’, 유방암 ADC 치료제 ‘엔허투’ 등 차세대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의 개발 타임라인을 제시하며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3분기 매출액은 4410억원, 영업이익은 129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5%, 90.0% 증가한 수치다.
에피스넥스랩은 아미노산 결합체(펩타이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바이오텍(Biotech)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 기술 플랫폼’ 개발 사업을 담당한다. 펩타이드 관련 요소 기술과 이중항체 ADC 등의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에피스넥스랩은 홍성원 대표를 중심으로 한 10여명의 신약 개발 연구진이 펩타이드 기반 플랫폼 구축을 최우선 목표로 내걸고 출발선에 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시초가가 형성된 이후 당일 상·하한가를 갈 수가 있다”며 “최근 바이오를 향한 투자심리가 우호적인 만큼, 긍정적인 방향성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