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임명철 국립암센터 산부인과 교수
- ‘백금 항암제’ 1차 치료 후 6개월 내 재발 시 예후 불량
- ‘생존율 개선’ 약물 부재, 치료옵션 적어져 사망률 ↑
- 애브비 ‘엘라히어’, FRα 암세포 선택적 결합해 세포 파괴
- 전신 독성 줄이고 고농도 약물 전달…사망 위험 32% 줄여

임명철 국립암센터 자궁난소암센터(산부인과) 교수 (출처 : 국립암센터)
임명철 국립암센터 자궁난소암센터(산부인과) 교수 (출처 : 국립암센터)

[더바이오 유수인 기자] “백금 저항성 난소암은 기존 단일 항암화학요법으로는 생존율을 유의미하게 늘리기 어려웠지만, ‘엘라히어(성분 미르베툭시맙 소라브탄신)’로는 재발까지의 기간 연장은 물론 생존 향상까지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다국적 제약사 애브비가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치료제인 ‘엘라히어’가 표준 치료법에서 내성을 보이는 백금 저항성 난소암 환자의 새 치료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품목허가도 받기 전이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글로벌 임상 성과를 근거로 난치성 난소암 환자 치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더바이오>는 최근 임명철 국립암센터 자궁난소암센터(산부인과)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엘라히어의 임상적 의의와 국내 도입 시 예상되는 치료 환경 변화에 대해 조명해봤다.

◇과발현된 ‘FRα’ 표적해 암세포 파괴…생존 어렵던 조기 재발 환자에 ‘새 옵션’

엘라히어는 난소암 환자에게서 자주 발현되는 바이오마커인 ‘엽산 수용체 알파(FRα)’를 타깃한 최초의 ADC 항암제다. 지난해 미국(3월)과 유럽(11월)에서 백금 저항성 난소암 환자 치료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았고, 국내에서는 올 초 품목허가를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엘라히어는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바 있다.

ADC는 암세포를 찾는 항체에 약물(페이로드, 탄두)을 결합해 정상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한 차세대 항암 기술로, ‘암세포 유도 미사일’로 불린다. 엘라히어는 난소암 세포 표면에 과발현된 단백질인 FRα를 정확하게 표적하는 ‘항체(유도체)’와 강력한 세포독성 항암 약물인 ‘소라브탄신(탄두)’을 결합한 것이다.

임명철 교수는 “엘라히어는 마치 ‘유도 미사일’과 같다”며 “이 유도 미사일이 몸속을 돌아다니다가 FRα를 가진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하고, 암세포 안으로 들어간 후에야 강력한 항암제를 터뜨려 암세포를 파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전신 독성을 줄이면서, 암세포에는 고농도의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오랫동안 치료옵션이 부족했던 백금 저항성 난소암 환자들에게 정말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난소암은 난소뿐만 아니라 주변 나팔관, 복막 등에 생기는 모든 악성 종양을 총칭한다. 질병분류코드 상으로는 난소암·난관암·복막암 등을 따로 구분하지만, 실제로는 동일한 질환군으로 묶인다. 국내에서는 매년 약 3800명의 환자가 난소암으로 진단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소암의 발병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았았지만 배란, 유전 요인, 난소암·유방암·대장암 등의 기왕력, 환경 등이 주요 요인으로 추정된다. 초경이 빠르고 폐경이 늦은 여성, 출산이나 수유 경험이 없는 여성의 발병 위험이 더 높다.

난소 종양은 복강 내 위치해 조직 검사가 쉽지 않다. 때문에 수술을 시행한 뒤, 적출한 조직에 대해 병리검사를 실시한 후 암을 확진하고 병기를 결정한다. 수술 후에는 ‘시스플라틴’이나 ‘카보플라틴’과 같은 백금(Platinum) 기반 항암화학요법을 1차 치료로 진행하게 되는데, 이 백금 항암제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게 된 상태가 ‘백금 저항성 난소암’이다. 통상 ‘백금 저항성’이라고 정의하는 기준은 백금 기반 항암제를 마지막으로 투여받은 시점으로부터 종양이 6개월 이내에 다시 재발하거나 진행하는 경우다.

임 교수는 “일반적으로 6개월 이후 재발하는 경우(백금 민감성)에는 백금 기반의 약을 다시 사용했을 때 효과를 볼 확률이 높다”며 “하지만 6개월 이내에 재발하는 ‘백금 저항성’의 경우 종양이 이미 백금 약물에 대한 저항성을 획득했기 때문에 해당 약을 다시 써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6개월 이후에 재발됐다고 하더라도) 진행성 난소암이라면 70~80%는 재발하게 되고, 결국 어느 순간에는 백금 저항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백금 저항성으로 진단받은 후에는 백금 기반이 아닌 다른 종류의 단일 항암화학요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때 쓸 수 있는 치료옵션이 급격히 제한되면 예후가 매우 불량해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환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상황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엘라히어, 사망 위험 32%↓·생존 연장 가능성 보여줘…‘안구 독성’ 부작용 관리해야

이런 상황에서 엘라히어는 생존 연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새로운 치료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게 임 교수의 평가다. 그는 지난 2023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엘라히어의 임상3상 ‘미라솔(MIRASOL)’ 결과가 공개됐을 당시를 회상하며 “전체 생존기간(OS) 개선 데이터가 공개됐을 때 현장 분위기가 기억이 난다”며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32%까지 줄이며 OS 연장을 입증했는데, 재발까지의 기간 연장뿐만 아니라 생존율까지 늘리는 데이터를 보여줘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더바이오 재구성 (출처 : 애브비)
더바이오 재구성 (출처 : 애브비)

실제 미라솔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엘라히어 투여군은 화학요법 대비 무진행 생존기간(PFS), 객관적 반응률(ORR), OS에서 개선을 보였다. 해당 임상은 FRα 양성(IHC 2+,3+이 75% 이상)이면서 이전에 1번에서 3번의 항암화학요법을 받았던 환자 453명을 대상으로 했다.

엘라히어 투여군의 PFS 중앙값은 5.59개월로, 화학요법 투여군(3.98개월)에 비해 종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이 37% 줄었다. ORR은 41.9% 대 15.9%로 엘라히어 투여군이 더 높았다. OS 중앙값은 16.85개월로, 화학요법(13.34개월)에 비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다. 사망 위험은 32% 줄였다.

임 교수는 “환자 전체 생존기간의 중앙값(중앙 생존기간, median OS)이 4개월 연장된 것도 중요하지만, 생존곡선이 계속 이어져 장기적인 이득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며 “생존율 개선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영역에서 정말 오랜만에 쓸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다만 각 약제는 모두 고유한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이를 적절하게 관리하면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임 교수는 부연했다. 엘라히어의 임상에서 가장 특징적으로 보고된 주요 부작용은 ‘안구 독성(Ocular Toxicity)’이다. 시야 흐림, 건조증, 각막병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임 교수는 “모든 강력한 항암제는 부작용 관리가 필수적”이라며 “중요한 점은 (안구 독성과 같은) 이러한 부작용이 대부분 경증이거나 중간 정도이며, 가역적이고, 이를 관리하는 프로토콜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들은 치료 전후로 안과 검진을 받고, 스테로이드 및 윤활성 점안액을 사용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며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안과적 관리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 치료를 안전하게 지속할 수 있고, 위장관계 부작용 등은 기존 항암제와 유사하게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엘라히어는 아직 국내 허가 전이지만, 허가를 받더라도 약가와 급여 적용, FRα 검사 접근성 등은 향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또 처방 대상은 이전 항암 치료 이력이 3회 이하이면서 ‘엽산 수용체’ 발현이 2+ 75% 이상인 경우로 한정된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백금 저항성 난소암 환자는 전체의 약 3분의 1 정도로 추정된다.

임 교수는 “현재 환자를 선별하는 기준이 다소 까다롭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엄격한 기준은 임상시험을 통해 가장 높은 치료 효과를 입증한 환자들을 선별하고 치료의 성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볼 수 있다”며 “향후 임상 연구를 통해 이 기준이 완화됐을 땐 더 많은 수의 환자들에게서 의미 있는 임상적 이득이 확인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상 현장에서는 재발을 감소시키고,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치료옵션에 대한 환자분들의 간절한 염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엘라히어거 난치암인 백금 저항성 난소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는 소중한 치료옵션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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