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iRNA·ASO·RNAi, 플랫폼별 투여 간격·효과 지속성서 뚜렷한 차이
- 애로우헤드 ‘리뎀프로’ 3개월 간격 첫 승인…트림(TRiM) 기반 임상 확장
- 트린골자·플로자시란, 에스티팜 API·중국 우선 심사 등 상업화 전략도 분화
[더바이오 성재준 기자] 미국 애로우헤드파마슈티컬스(Arrowhead Pharmaceuticals, 이하 애로우헤드), 아이오니스파마슈티컬(Ionis Pharmaceuticals, 이하 아이오니스) 그리고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Sanofi)가 ‘아포지단백 C-III(APOC3)’를 표적하는 리보핵산(RNA) 기반 중성지방 치료제 개발에서 1년여 동안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희귀질환인 ‘가족성 카일로미크로네미아증(FCS)’ 분야가 RNA 플랫폼 경쟁의 새로운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8일(현지시간) 애로우헤드의 ‘리뎀프로(Redemplo, 성분 플로자시란)’를 승인하며 FCS 치료제 시장의 새 전환점을 열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아이오니스의 ‘트린골자(Tryngolza, 성분 올레자르센)’가 FCS 치료를 위한 최초 승인 약물로 시장에 진입했고, 지난 8월엔 사노피가 ‘플로자시란(plozasiran)’의 중국 권리를 확보하며 사업 확장을 본격화했다.
이같은 흐름은 FCS뿐만 아니라 중증 고중성지방혈증(SHTG), 혼합형 이상지질혈증 등 더 넓은 대사질환군에서 RNA 치료제 적용 가능성을 다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투여 편의성과 약효 지속성에서 플랫폼별 차별성이 드러나면서 향후 시장 구도는 기업별 규제·임상 전략과 사업 확장 방향에 따라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RNA 기반 ‘APOC3’ 경쟁 확대…애로우헤드·아이오니스·사노피, FCS 전략 갈렸다
해당 약물은 모두 APOC3를 억제해 중성지방(TG)을 낮추는 RNA 기반 치료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적응증 또한 FCS를 넘어 SHTG·혼합형 이상지질혈증 등 고위험 대사질환군까지 확대되고 있어 시장 확장성 측면에서도 유사하다.
하지만 세 기업의 접근 방식은 뚜렷하게 갈린다. 애로우헤드는 글로벌 임상3상(PALISADE)에서 80%의 중성지방(TG) 감소 효과를 확인하며 FDA 승인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자사 siRNA 기반 ‘트림(TRiM)’ 플랫폼의 상업적 가치를 입증했다. 3개월 간격의 자가투여 방식은 희귀질환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중요한 차별점으로 평가된다.
아이오니스는 리간드결합 안티센스(ASO) 기술인 ‘리카(LICA)’ 플랫폼을 적용한 트린골자로 FCS 최초 승인 약물을 선점했다. ‘월 1회’ 투여가 가능해 내약성과 장기 관리 편의성이 높다는 점을 회사 측은 주요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사노피는 플랫폼을 직접 개발하는 대신 플로자시란의 중국 내 권리를 확보해 개발·허가·상업화를 전담하고 있다. FCS 임상3상 완료와 신약 허가 신청(NDA) 제출을 기반으로 중국 심혈관·대사질환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플로자시란은 중성지방 대사의 핵심 조절 인자인 APOC3 생성을 억제하는 RNAi 기반의 혁신신약 후보물질이다. 현재 FCS외에도 고중성지방혈증(SHTG), 혼합형 이상지질혈증 등을 적응증으로 개발 중이다. 특히 혁신 치료제·우선심사 지정 등 중국 규제기관의 ‘신속심사’ 제도를 활용하고 있어 이러한 지역 중심의 상업화 전략은 siRNA·ASO 기반 기술 경쟁과는 다른 모습이다.
◇siRNA 신약 ‘리뎀프로’ 허가…FCS 첫 ‘3개월’ 간격 치료옵션
가장 최근 승인된 애로우헤드의 리뎀프로는 siRNA 기반으로 간세포에서 APOC3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억제해(silencing) 중성지방(TG)을 지속적으로 낮춘다. ‘3개월’ 간격으로 자가 투여가 가능해 희귀질환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점도 차별점이다.
PALISADE 연구에서 리뎀프로는 중증 고중성지방혈증을 개선했고, 급성 췌장염 위험 감소 등 임상적 이점도 확인됐다. TG외에도 비(非)HDL-C, VLDL 등 여러 지표에서 개선이 관찰됐으며, siRNA 기반 억제 효과의 장기 지속성은 추적 관찰 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주요 이상반응은 경미한 수준이었다.
리뎀프로는 애로우헤드의 핵심 기술인 TRiM 플랫폼에서 처음으로 FDA 승인을 받은 신약이다. 간세포 특이적 표적화와 낮은 면역반응을 특징으로 하는 이 플랫폼은 장기 투여가 필요한 대사질환 영역에서 활용 범위가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는 SHTG·혼합형 이상지질혈증 등으로의 적응증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ANGPTL3 등 다른 대사 표적을 결합한 듀얼 타깃 siRNA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FCS 첫 ASO 치료제 ‘트린골자’…API는 에스티팜 공급
아이오니스의 트린골자는 리간드결합안티센스(LICA) 기술을 적용한 ASO 기반 치료제다. 월 1회 투여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 약물은 지난해 12월 FDA에서 FCS 최초 승인 약물(First-in-class)로 허가를 받으며 시장에 진입했다. 특히 올리고핵산 원료의약품(API)은 국내 기업인 에스티팜이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3상(BALANCE)에서 트린골자 80㎎ 투여군은 6개월 공복 중성지방(TG)이 42.5% 감소해 위약 대비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다만 주사부위 반응, 혈소판 감소, 관절통 등 일부 이상반응이 보고돼 투여 과정에서의 환자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SO 계열에서 관찰되는 전형적인 이상반응 패턴과 유사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트린골자는 FCS 치료 대안이 제한적이었던 시장에서 가장 먼저 승인된 약물로 자리 잡았다. 아이오니스는 FCS에서 확보한 임상·상업적 기반을 토대로 SHTG와 혼합형 이상지질혈증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으며, LICA 플랫폼의 확장 가능성을 검증하는 후속 개발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