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보건의료수석전문위원 ‘약가제도 개선 방향’ 주제 발표
-“국내 제약사, R&D 성과 약가에 직접 반영 목표”
- “계단식 약가 인하 제도서 인하율 낮추는 방안도 고려”
- “2012년 제네릭 일괄 약가 인하와 제도 취지와 목표 달라”
[더바이오 지용준 기자] 정부와 여당이 약가제도 전반에 대한 구조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 기업에 대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단 취지다. 특히 여당은 이번 약가제도 개편을 2012년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 중심’ 개편과는 분명히 차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보건의료수석전문위원은 24일 오후 서울 방배동 제약바이오협회 4층 대강당에서 열린 ‘커뮤니케이션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조원준 전문위원은 ‘새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과 약가제도 개선 방향’ 주제로 발표했다.
조 전문위원은 “정부와 여당은 약가제도 전반을 손질하는 개편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대선 공약이 국정과제로 확정된 이후, 보건의료 분야에서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된 부분이 약가제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가제도 개편의 핵심은 재정 절감이 아니라, R&D를 수행하는 기업에 확실하게 보상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의견은 제약바이오협회 등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공통분모를 찾아낸 것이라는 게 조 전문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이번 약가제도 개편이 혁신·필수약·공급망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현행 약가제도 아래에서는 필수의약품 접근성이 약화되고 공급망 불안정이 반복되는 데다, 고가약 지출은 증가하고 있음에도 혁신을 보상할 장치가 사실상 부재한 실정이라는 설명이다. 조 전문위원은 “성과에 따라 보상하고, R&D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번 약가제도 개편의 핵심 이유”라고 강조했다.
약가제도 개편은 글로벌 흐름과도 맞물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최혜국’ 기준을 앞세워 약가 인하를 예고한 상황에서 한국 약가가 해외 약가 책정의 기준처럼 활용될 경우 글로벌 제약사의 ‘코리아 패싱’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 전문위원은 “한국은 약가가 투명하다 보니, 글로벌 제약사들은 자사 약가가 해외에서 ‘참고가격’으로 활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글로벌 제약사가 한국을 피하는 ‘패싱’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R&D 보상을 강화할 계획이다. 우선 평가·협상 절차를 간소화하고 약가에 대한 경제성 평가 모델을 재점검할 방침이다. R&D 성과가 약가에 직접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겠다는 목표다.
조 전문위원은 “일부 약에 대해선 계단식 약가 인하 체계에서도 인하율을 완화한다거나, 사용량 연동 약가 인하 제도에서 예외를 적용하는 등 안정적인 약가를 보장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약가제도 개편을 두고 2012년의 ‘제네릭 일괄 약가 인하’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시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과 제약기업의 R&D 투자를 유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제약사들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약가제도 개편의 최우선 목표가 기업 성과 연동, R&D 투자 선순환, 혁신 생태계 구축에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2012년 개편이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통한 제도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번 개편은 R&D 투자 확대와 산업 육성, 선순환 구조 마련에 초점을 둔 전혀 다른 취지라는 설명이다.
조 전문위원은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도 ‘이번 약가제도 개편의 목표는 재정 절감이 아니다’라는 점을 명확히 전달했다”며 “재정 균형을 전제로 제도를 설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정 절감 효과가 발생하더라도 이는 제도의 본래 목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결과일 뿐”이라며 “그 효과 역시 다시 R&D 지원과 혁신 보상에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